30분 읽기 모임 기록 - 6월 3주

일간 이슬아 수필집
이슬아
헤엄

문장들

  • 그들 중 몇몇은 자신이 쓴 글을 낭독하다가 종종 울기도 했다. 우는 걸 보고 곧바로 안아주고 싶은 맘을 참고, 글을 마저 읽도록 기다려주는 것도 사랑임을 나는 배웠다.
  • 글을 쓰고 낭독해준 그들에게 매번 다르게 고유한 칭찬의 말을 건네는 게 내가 할 일이었다. 아주 유심히 들어야 했다. 준비된 말이 넉넉해야 했다. 평소에 부지런히 읽어놔야 했다.
  • 나는 울보니까 아마도 울 것이다. 울까 봐 걱정되는 게 아니라 내 눈물의 이유를 몰라줄까 봐 걱정이 된다. 슬퍼서가 아니고 고마워서 우는 건데.
  • 편지를 쓰는 동안 생각했다. 이건 주어가 '너'인 문장을 자주 쓰게 되는 장르라고. 영영 나로밖에 못 사는 나에게 편지 쓰기는 그래서 다행으로 느껴진다.
  • 네가 주어인 문장을 틀리지 않기 위해 나는 열심히 너를 기억한다. 내가 본 네 모습이 네 눈에도 미덥게 비치기를, 그걸 부디 나의 과장과 친절 혹은 다정으로 폄하하지 않기를, 나의 정확한 안목이라고 네가 믿을 수 있기를. / 너를 믿게 하려고 나는 열심히 고민하고 쓴다. '너는'으로 시작하는 편지를.
  • 무슨 소리가 그렇게 컸냐고 물으면 복희는 자연은 원래 시끄러운 법이라고 대답한다. 무성한 풀과 꽃과 나무에서 나는 소리, 개구리와 귀뚜라미와 새와 소가 우는 소리, 땅에서 나오는 열기의 소리, 일몰의 소리, 바람의 소리. 시각과 후각과 청각을 다 채우는 그 소리들. 자연 속에 혼자 누워있을 때 복희는 자아가 다 흩어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 꼭 내가 없는 느낌이었어. 내가 없는데 아주 충만한 느낌이었어.
  • 수목금요일을 지나 토요일 저녁이 되자 좀 비장한 사람이 되었다.

생각들

  • 이슬아는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구나. 아름다운 생각을 하고 아름다운 단어를 말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졌구나.
  • 한때 이슬아의 글이 부러워 질투하며 이런 글을 쓰지 못하는 나 자신이 너무 미워져 이슬아의 글을 읽지 못했다. 그때의 내가 참 부끄럽지만, 그런 나를 받아들이고 다시 이슬아의 글을 읽기로 했으니 그사이 나는 어떤 지점에서 아주 조금은 성장한걸지도 모르겠다.